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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로랑생(Marie Laurencin): 우아함과 우울, 여성적 감수성의 독자적인 미학 20세기 초 파리의 예술 세계는 입체주의, 야수주의, 추상미술 등 기존의 회화적 질서를 뒤흔드는 실험으로 가득했다. 예술가들은 대상을 어떻게 해체할 것인지, 색채를 어떻게 해방할 것인지, 회화가 현실을 재현하는 방식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를 치열하게 탐구했다. 그 한가운데에서 마리 로랑생(Marie Laurencin, 1883~1956)은 조금 다른 방향을 선택했다. 그녀는 형태를 과감하게 해체하거나 세계를 공격적으로 재구성하기보다 현실의 인물들을 부드러운 색채와 유연한 선,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 배치했다. 분홍색과 회청색, 옅은 녹색과 라일락색이 어우러지는 화면에는 소녀와 여성, 동물, 꽃과 나무가 등장한다. 인물들은 현실의 특정한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이라기보다 기억과 꿈 사이에 머무는 존재처럼 보인.. 2026. 10. 19.
현대무용은 왜 이렇게 어려워졌을까? ― 현대미술과 함께 읽는 ‘난해함’의 미학 현대무용 공연을 처음 본 사람이 자주 보이는 반응이다.“저게 무슨 뜻이지?”“춤을 추는 것 같은데 왜 저렇게 움직이지?”“무용수가 왜 저렇게 가만히 서 있지?”“이게 예술이라면 도대체 무엇을 봐야 하는 거지?” 이러한 반응은 현대미술을 처음 접했을 때의 경험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캔버스에 무엇이 그려져 있는지 알아볼 수 없는 추상회화를 보고 당황하거나 미술관에 놓인 평범한 사물을 보며 ‘이것도 작품인가?’라고 묻는 것과 비슷하다. 실제로 현대무용과 현대미술은 상당히 가까운 역사적 궤적을 공유한다. 20세기 이후 예술은 더 이상 아름다운 대상을 만들어 보여주는 것만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예술이 무엇인지, 예술가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관객은 무엇을 경험하는지, 심지어 작품이라는 것이 반드시 물질.. 2026. 10. 18.
비인(匪人)과 비인 조직에서의 처세법 부당한 세계에서 인간다움을 지킨다는 것, 주역의 비괘가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바른 것이 불리해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바름을 지킬 수 있는가? 정직하게 행동하면 반드시 인정받는다는 보장은 없다. 성실하게 일한다고 해서 언제나 공정한 평가를 받는 것도 아니다.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와 개인이 지켜야 할 원칙이 충돌하는 순간도 있다. 그렇다고 세상이 불공정하다는 이유로 자신까지 불공정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대인의 지혜는 모든 사람을 변화시키는 능력에 있지 않다. 변화시킬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지켜야 할 원칙과 조절할 수 있는 행동을 구별하며,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데 있다. 소인의 문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원칙을 .. 2026. 10. 17.
주역의 대인과 소인, 비인(匪人): 고전을 통해 배우는 인간관계 사람을 만나고 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딪힐 때가 있다. 능력보다 아첨이 앞서는 사람, 원칙을 지키는 사람을 오히려 불편해하는 집단, 사실을 말하는 사람을 문제 인물로 만드는 조직,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의 신뢰와 노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흔히 묻는다. 왜 정직한 사람이 손해를 보고, 부당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이익을 얻는가? 왜 어떤 조직에서는 올바른 행동이 인정받지 못하고, 오히려 침묵하거나 권력에 순응하는 사람이 살아남는가? 이 문제를 단순히 성격이 나쁜 사람 몇 명의 문제로만 바라보면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된다. 개인의 성품뿐 아니라 그 사람이 속한 집단의 규칙, 권력의 작동 방식, 보상과 처벌의 구조까지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2026. 10. 16.
납작복숭아의 치명적인 유혹 마트 과일 코너에서 처음 납작복숭아를 본 사람이라면 익숙하지만 어딘가 익숙하지 않은 듯한 그 형태에 다시 한번 눈길을 주게 됩니다. 동그란 복숭아에 익숙한 우리에게 납작복숭아는 어딘가 장난감처럼 생겼습니다. 위아래가 눌린 도넛 모양, 작은 크기, 그리고 한입 베어 물면 일반 복숭아보다 더 진하게 느껴지는 단맛까지... 최근 몇 년 사이 여름철 인기 과일로 자리 잡았지만, 사실 납작복숭아는 새롭게 탄생한 품종이 아니라 오랜 역사를 가진 복숭아입니다. 오늘은 납작복숭아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왜 이런 모양을 갖게 되었는지, 일반 복숭아와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납작복숭아는 원래부터 납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납작복숭아를 현대 농업 기술이 만들어 낸 신품종이라.. 2026. 10. 14.
끌어당김의 법칙, 리얼리티 트랜서핑의 차이점은? 어떤 사람에게 더 잘 맞을까? 최근 몇 년 사이 자기계발 분야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개념을 꼽으라면 아마 '끌어당김의 법칙(Law of Attraction)', 『시크릿(The Secret)』, 그리고 '리얼리티 트랜서핑(Reality Transurfing)'​일 것입니다. 세 개념은 모두 '원하는 현실을 창조할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자세히 살펴보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도 다르고, 인간이 행동해야 하는 방식도 상당히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시크릿을 읽고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리얼리티 트랜서핑을 접하고 비로소 현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요? 오늘은 그 차이를 비교하면서 각각이 어떤 사람에게 잘 맞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끌어당김의 법칙이란?.. 2026. 10. 13.
영화 《피나(Pina)》 ― 춤을 영화로 옮긴다는 것은? 빔 벤더스와 피나 바우쉬, 그리고 3차원 공간으로 되살아난 몸, 현대무용을 이야기하다 보면 피나 바우쉬(Pina Bausch)를 만나게 되고, 피나 바우쉬를 이해하려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 편의 영화에 도착하게 된다. 바로 빔 벤더스(Wim Wenders)의 2011년 영화 《피나(Pina)》​이다. 피나 바우쉬의 대표적인 안무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이면서 동시에 공연예술을 영화라는 다른 예술 형식으로 어떻게 옮길 수 있는가를 실험한 작품이다. 다만 영화가 완성되기 전에 피나 바우쉬는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원래 벤더스와 바우쉬가 함께 계획했던 영화는 바우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벤더스는 프로젝트를 추모의 영화로 다시 구성했고, 2011년 《피나》를 완성했다. 영화에는 《.. 2026. 10. 12.
홍위병, 그 이후: 혁명은 끝났지만 책임은 어디에 남았는가 1966년 중국의 거리에는 붉은 완장을 찬 청년들이 등장했다. 그들은 마오쩌둥을 찬양했고, 혁명의 이름으로 교사와 지식인을 비판했으며, 낡은 사상과 문화를 타파한다는 명분으로 기존의 사회질서를 뒤흔들었다. 일부는 다른 사람을 공개적으로 모욕하고 폭행했으며, 심각한 경우 죽음에 이르게 하는 폭력에 가담했다. 그러나 시간은 흘렀다. 문화대혁명은 1976년 마오쩌둥의 사망과 사인방의 체포를 거치며 종결되었다. 홍위병으로 활동했던 청년들도 나이를 먹었다. 학교를 떠났던 이들은 직업을 얻었고, 가정을 꾸렸으며, 자녀를 키웠다. 일부는 학자와 작가, 예술가, 기업가가 되었고, 사회의 여러 영역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갔다. 그렇다면 그들은 과거를 어떻게 기억했을까? 자신들이 한때 열광적으로 참여했던 혁명, 그 과정에서.. 2026. 10. 11.
피나 바우쉬(Pina Bausch), 탄츠테아터의 탄생과 현대무용의 혁명 현대무용을 이야기할 때 피나 바우쉬(Pina Bausch, 1940–2009)는 거의 하나의 장르처럼 언급된다. 그녀의 이름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이런 질문이 생길 수 있다.피나 바우쉬는 현대무용가인가, 안무가인가, 연극 연출가인가? 아마 가장 정확한 대답은 그 모든 경계에 걸쳐 있는 예술가이다. 그녀는 춤을 만들었지만 춤만 만들지 않았다. 무용수들은 그녀의 작품에서 걷고, 뛰고, 소리치고, 웃고, 울고, 말을 하고, 서로를 껴안고, 밀어내고, 넘어지고, 반복되는 행동을 수행한다. 무대에는 흙과 물이 등장하고, 거대한 바위가 놓이기도 하며, 꽃과 의자와 테이블 같은 일상의 사물이 등장한다. 그런데도 그것을 단순히 ‘춤과 연극을 섞은 공연’이라고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피나 바우쉬가 진정으로 변화시킨 .. 2026. 10. 10.
중국 문화대혁명과 홍위병 1966년 중국에서는 학생들이 교사와 학교 지도자를 비판하고, 수많은 청년이 거리에 모여 마오쩌둥을 찬양하는 대규모 정치운동에 참여했다. 오래된 사상과 문화, 관습을 타파한다는 구호 아래 전통문화가 파괴되었고, 지식인과 정치인들은 공개적인 비판과 박해의 대상이 되었다. 학교와 대학의 정상적인 교육도 심각하게 흔들렸다. 이 거대한 역사적 사건이 바로 중국의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이며, 그 초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집단이 홍위병(紅衛兵, Red Guards)이다. 문화대혁명은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벌인 권력투쟁이면서 혁명이라는 이념이 청년들의 정체성, 학교의 권위, 가족관계, 전통문화, 사회적 신분과 결합하면서 일상생활 전체를 바꾸어 놓은 비극적인 사건이다. 이 글에서는 문화대혁명이 발생한 배경부터 홍위.. 2026.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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