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술의 정의를 탐구한 작가
조셉 코수스(Joseph Kosuth, 1945~ )는 현대미술, 특히 개념미술(Conceptual Art)의 탄생과 전개에 중심적인 역할을 한 작가이다. 그는 예술을 하나의 '철학적 문제'로 인식했고, 그에 따라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작품의 핵심으로 삼았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시각적 오브제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 정의, 철학, 인식론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담고 있다.
2. 배경과 철학적 토대
1) 학문적 배경
조셉 코수스는 뉴욕의 School of Visual Arts에서 미술을 공부하며,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 분석철학, 구조주의에 관심을 가졌다. 이는 그의 예술관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 철학의 예술화
그는 예술을 더 이상 '시각적 대상'이 아니라, '언어로 사고하는 철학적 체계'로 보았다. 코수스는 말한다:
"예술은 예술이 무엇인가를 말하려는 시도이다."
이 발언은 예술을 감각적 경험이 아닌 지식적 탐구로 바꾸는 선언이었다.
3. 대표 작품 분석
1) 《하나이고 셋인 의자》(One and Three Chairs, 1965)
이 작품은 개념미술의 대표 아이콘으로 불린다. 코수스는 다음 세 가지를 병치한다:
- 실제 의자 1개
- 그 의자의 사진 1장
- ‘의자’라는 단어의 사전 정의 1개
이는 우리가 인식하는 ‘의자’라는 개념이 실체(object), 이미지(image), 정의(definition)의 삼각구조로 형성된다는 점을 시각화한다. 이는 플라톤의 이데아론과 언어철학을 연결 지으며, 예술의 본질을 물질이 아닌 개념 속에서 탐구하게 한다.
2) 《Art as Idea as Idea》(1966–68)
이 연작은 ‘미술(Art)’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사전에서 발췌해 사진처럼 확대해 벽에 부착한 작품이다. 여기서 작품은 더 이상 회화, 조각이 아니다. 정의된 언어 그 자체가 예술이 된다.
- 예: “Meaning”라는 단어의 정의만을 제시한 작품
이는 곧 예술이 곧 ‘개념의 제시’라는 코수스의 입장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4. 주요 이론: 예술의 자가참조성과 비판
코수스는 1969년 발표한 논문 《예술의 의미에 대한 일차적 조사: 개념미술과 개념예술》(Art After Philosophy)에서 다음과 같은 명제를 제시했다.
“예술은 더 이상 형식을 통해 진실을 말할 수 없다. 그것은 오직 철학적 사고를 통해 가능하다.”
그는 마르셀 뒤샹(Duchamp)의 레디메이드가 예술의 개념을 전복한 계기로 보았고, 이후 예술은 그 자체의 조건을 묻는 일종의 자기비판(self-reflection)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논문에서 그는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과의 연결을 명시하며, 언어가 세계를 구성한다는 관점을 작품에 그대로 반영한다. 이로써 그는 미술을 시각의 영역에서 인식의 영역으로 전환시킨다.
5. 개념미술의 선구자로서의 위치
조셉 코수스는 솔 르윗(Sol LeWitt), 로렌스 위너(Lawrence Weiner)와 함께 개념미술의 3대 거장으로 불리며, 특히 철학적 정초와 언어적 실험 측면에서 독보적이다. 그의 작업은 다음과 같은 방향성을 제시했다:
- 예술의 탈물질화
- 언어 중심성의 강화
- 비가시적 사고와 정의의 예술화
- 예술의 자기 비판성과 자가참조성 강화
6. 코수스의 영향력과 현대적 의미
오늘날 코수스의 작업은 다음과 같은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1) 미술교육
개념미술의 논리는 단지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고하는 미술’의 기초를 제공한다. 그의 작업은 교육현장에서 철학적 질문을 제기하고, 개념을 시각화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2) 디지털 아트와 언어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언어', '코드', '기호'는 핵심적 매개이다. 이는 코수스가 미리 예견한 예술의 언어 중심성을 재확인시켜준다.
3) 철학적 미학
코수스는 미학을 단지 미(美)에 대한 논의가 아닌, ‘예술의 본질’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으로 확장시켰다. 이는 예술과 철학의 경계를 허물며, 예술을 사유의 장으로 전환시켰다.
예술이 철학이 되는 지점
조셉 코수스는 ‘보이는 것’보다 ‘생각하는 것’을 예술로 삼은 작가다. 그는 언어와 철학을 도구로 삼아, 예술을 정의하고 해체하고 다시 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개념미술의 지평을 연다. 그의 작업은 ‘이것이 예술인가?’라는 물음을 넘어, ‘예술이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묻는다. 이 물음은 여전히 유효하며, 오늘날 AI 시대, 디지털 시대의 예술가들에게도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조셉 코수스의 예술은 사유하는 예술이며, 그 자체로 하나의 철학적 제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