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영화 『렛 미 인』(스웨덴판 및 리메이크판)과 원작 소설 『Låt den rätte komma in(원제: 옳은 자만 들어오게 하라, 2004) 사이에는 초점의 차이가 있으며, 스웨덴과 리메이크작인 미국 영화 사이에도 역시나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소설의 주제와 인물 구조 중심으로 그 차이를 살펴보겠습니다.
1.『렛 미 인』 원작 소설 vs 영화 비교 : 하칸을 중심으로
1) 원작 소설 개요
- 제목: 『Låt den rätte komma in』 (스웨덴어로 “올바른 자만 들어오게 하라” – [성경 마태복음] 패러디)
- 저자: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John Ajvide Lindqvist)
- 출간: 2004년
- 장르: 호러, 성장소설, 사회비판, 퀴어 픽션
원작 소설은 왕따 소년과 정체불명의 뱀파이어,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폭력, 성적 착취, 사회적 고립, 윤리적 딜레마를 깊이 있게 다룬 다층적 소설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하칸의 과거가 생략되고, 엘리의 성정체성, 사회 구조 비판이 핵심 주제입니다.
2) 원작과 두 영화 비교
요소 | 원작 소설(2004) | 스웨댄 영화(2008) | 미국 리메이크(2010) |
엘리의 정체성 | 원래는 소년 엘리아스, 거세됨 | 암시적으로만 표현 | 생략, 여성으로 고정 |
하칸의 정체 | 중년의 소아성애자, 엘리의 보호자 겸 집착자 | 모호하지만 암시 존재 | 엘리를 사랑하는 조력자로 재구성 |
폭력 묘사 | 매우 상세하고 잔인함 | 절제되며 시적 | 호러적, 감각적으로 강조 |
주변 인물군 | 이웃들의 비극적 삶, 중년의 알코올 중독자 등 풍부 | 축소되거나 생략 | 대부분 생략 |
오스카/오웬의 내면 | 가해 충동, 살인 판타지, 도덕적 갈등 표현됨 | 영화적 암시로 대체 | 감정 중심, 윤리적 고민 약화 |
3) 원작 소설과 비교해 두 영화는 무엇을 지우고, 무엇을 남겼는가?
요소 | 소설 | 영화(스웨덴/미국) |
하칸의 성적 정체 | 소아성애자, 엘리의 집착자 | 생략 또는 암시 수준 |
하칸-엘리 관계 | 병리적 기생 구조, 순환적 공포 | 보호자–소진자 구조, 희생 서사 |
오스카의 미래 가능성 | 하칸과 동일한 길로 암시 | 일부 암시 존재, 약화됨 |
엘리의 성별/정체성 | 탈성별, 타자성, 거세당한 존재 | 스웨덴판: 암시 / 미국판: 제거 |
윤리적 긴장과 도덕 질문 | 매우 심층적 | 시각적/감정적 서사로 재구성 |
4) 하칸(Håkan)의 정체 분석
(1) 원작 소설 속 하칸의 인물 설정
하칸은 소설에서 가장 윤리적으로 충격적인 인물 중 하나입니다.
- 그는 전직 교사였지만, 소아성애 성향으로 인해 직업을 잃고 사회적으로 추방된 인물입니다.
- 엘리에게 성적 집착을 느끼며, 그녀의 '헌혈자'이자 보살피는 자를 자처합니다.
- 엘리의 요구로 아이들을 살해해 피를 가져오지만, 내면에는 엘리에 대한 소유욕과 왜곡된 사랑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 엘리는 하칸을 도구적 관계로만 대하며, 필요 없어지면 버릴 수 있는 존재로 봅니다.
하칸은 사랑을 가장한 집착, 엘리는 그것을 이용하는 자, 그 관계는 인간적 동정이 개입하기 어려운 어떤 의미에서 종속적이며, 병리적, 기생적인 구조입니다.
(2) 하칸이 오스카/오웬의 미래?
원작과 스웨덴 영화 모두 하칸을 미래의 오스카로 암시하는 구조를 가집니다.
- 오스카는 복수 욕망과 고립된 감정으로 인해 엘리에게 끌리고, 결국 그녀를 위해 폭력에 공모합니다.
- 하칸 역시 과거에 엘리에게 매혹되어, 오랜 시간 동안 그녀를 위해 범죄를 저지르며 살아온 존재입니다.
이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윤리적 질문을 던집니다.
“엘리와 함께 떠난 오스카는 하칸과 다를까? 그는 하칸이 되어가지는 않을까?”
이 점에서 소설은 가장 깊은 비극성을 지닙니다. 이 관계는 단순한 우정도, 사랑도 아닌 피와 공모의 순환이며, ‘뱀파이어의 연인’이 아닌 뱀파이어의 희생자 혹은 봉사자가 되는 늪과 같은 순환구조입니다.
(3) 하칸의 영화 속 설정 변화
스웨덴 영화는 하칸의 성적 집착 요소를 암시 정도로만 표현합니다.
- 일부 관객은 엘리를 사랑하는 아버지/연인의 복합적 정체성으로 해석함
미국 리메이크에서는 하칸(이름은 토머스로 바뀜)이 사랑에서 시작해 소진된 남성으로 묘사됩니다.
- 클로이 모레츠가 연기한 애비가 오웬에게 다가가는 과정과 토머스의 질투가 대비됨
- 하칸의 과거(토머스의 젊은 시절)가 오웬의 미래일 가능성을 넌지시 보여줌
그러나 두 영화 모두 원작처럼 직접적이고 충격적인 성적 코드는 제거되었으며, 대신 관계의 병리성과 희생자의 순환 구조에 집중합니다.
(4) 엘리의 젠더와 정체성: 존재론적 질문
- 소설에서 엘리는 "나는 여자도, 남자도 아니야"라고 말합니다.
- 과거에 성기 제거를 당한 존재이며, 이로 인해 성적 정체성의 경계 바깥에 있는 존재입니다.
- 이는 엘리를 단순한 뱀파이어가 아니라, 성적 타자, 정체 불가능한 존재, 성별로 환원될 수 없는 존재론적 ‘괴물’로 만듭니다.
이것은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의 퀴어 이론, 조르조 아감벤(Giorgio Agamben)의 ‘호모 사케르’, 레비나스(Emmanuel Levinas)의 타자 철학 등과 연결 지을 수 있는 철학적 코드입니다.
- 주디스 버틀러 (Judith Butler)의 퀴어 이론: 버틀러는 『젠더 트러블(Gender Trouble)』에서 성별(Gender)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된 행위(퍼포먼스)라고 주장합니다. ‘남성다움’이나 ‘여성다움’은 반복되는 수행을 통해 만들어질 뿐, 본질적 실체는 없다고 봅니다. 이를 통해 이성애 규범에 도전하며, 젠더 이분법을 해체하는 퀴어 정치학을 제시합니다. 엘리처럼 탈성별 존재는 버틀러의 이론에서 젠더 경계 바깥의 존재로 해석됩니다. 즉, 존재 자체가 젠더 수행 규범에 저항하며, 퀴어 이론의 급진적 타자성을 드러냅니다.
- 조르조 아감벤 (Giorgio Agamben)의 호모 사케르: 아감벤은 『호모 사케르(Homo Sacer)』에서 법적으로 죽여도 처벌받지 않는 인간, ‘벌거벗은 생명(bare life)’ 개념을 제시합니다. 이 존재는 정치적으로는 포섭되지만, 동시에 법적 권리 밖으로 배제됩니다. 국가는 위기 상황에서 개인을 ‘예외 상태’로 추방하여 권리를 유예시키며 지배합니다. 엘리는 사회적 규범 안에 포섭되지 않고, 제거 대상이면서도 보호받는 이중적 존재입니다. 즉, 엘리는 인간과 괴물, 법 안과 바깥, 보호와 추방 사이에 놓인 ‘호모 사케르’입니다.
- 에마뉘엘 레비나스 (Emmanuel Levinas)의 타자 철학: 레비나스는 윤리란 타자(다른 존재)와의 마주침에서 시작된다고 봅니다. 타자의 얼굴은 나에게 ‘죽이지 말라’는 절대적 윤리의 명령을 건넵니다. 이때 타자는 결코 나에게 흡수되지 않으며, 항상 낯설고 설명 불가능한 존재입니다. 엘리와 같은 존재는 타자의 급진적인 낯섦과 윤리적 호출을 상징합니다. 즉, 그녀는 이해되기보다 윤리적으로 ‘응답해야 하는 존재’로 자리 잡습니다.
『렛 미 인』 원작 소설은 단순한 뱀파이어 로맨스가 아니라, 고립된 소년, 타자화된 존재, 윤리적 이중성, 기생적 관계, 성적 지워짐 등을 담아낸 사회비판적이고 철학적인 작품입니다. 반면 영화는 이 복잡한 서사를 영상 문법에 맞게 압축하고 변형하였고, 특히 하칸과 엘리의 관계, 엘리의 젠더, 도덕적 불편함을 일부 정제하거나 생략함으로써 보다 감정적으로 소화 가능한 작품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한편 두 영화 사이에도 차이가 존재하는데요, 아래에서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2. 『렛 미 인』 영화 원작(2008)과 리메이크(2010) 비교
1)『렛 미 인』 리메이크(2010) 영화 소개
『렛 미 인(Let Me In』(2010) 은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더 배트맨』으로 잘 알려진 맷 리브스(Matt Reeves) 감독이 연출한 영화로, 클로이 그레이스 모레츠(엘리 역), 코디 스밋 맥피(오웬 역)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서사를 상당히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미국적 정서와 장르적 문법을 입힌 리메이크로 평가받습니다. 장소는 스웨덴 교외에서 1980년대 초반 미국 뉴멕시코의 로스앨라모스로 바뀌었으며, 정서적 톤도 원작과 뚜렷이 다릅니다.

2) 서사와 인물 구조의 유사성
요소 | 원작(2008) | 리메이크(2010) |
주인공 이름 | 오스카 (Oskar) | 오웬 (Owen) |
뱀파이어 소녀 | 엘리 (Eli) | 애비 (Abby) |
보호자 이름 | 하칸 (Håkan) | 토머스 (Thomas) |
배경 | 1980년대 스웨덴 외곽 | 1983년 미국 뉴멕시코 |
줄거리 | 거의 동일, 전체 구조 유지 | 동일하지만 일부 장면 강조 또는 삭제 |
기본적인 줄거리나 인물 구도는 거의 동일하지만, 연출과 해석의 방식에서 뚜렷한 차이가 발생합이다.
3) 주요 차이점 분석
(1) 정서적 분위기와 미장센: 북유럽적 침묵 vs. 미국적 호러
- 원작(스웨덴판): 느린 호흡, 침묵의 미학, 회색톤과 설경, 장면 간 공백이 많고 시적입니다. 감정이 절제되어 있어 관객이 해석해야 하는 여지가 큽니다. 공포는 장르보다 존재론적 정서로 다가옵니다. => 철학적
- 리메이크(미국판): 스릴러적 긴장과 공포 연출이 강조됩니다. 클로즈업, 스코어 음악, 편집의 속도가 더 빠릅니다. 시각적 자극이 많고, 폭력 장면도 좀 더 직접적이며 잔혹합니다. => 감각적
(2) 엘리/애비의 성별과 젠더 코드 처리
- 원작은 엘리가 원래는 소년이었으나 거세된 존재라는 설정을 암시합니다(원작 소설에서는 명확히 묘사됨). 이는 젠더 수행성과 퀴어 정체성, 타자성에 대한 상징으로 해석됩니다.
- 리메이크에서는 이러한 설정이 거의 제거되거나 최소화되었습니다. 애비는 일반적인 여성 아동의 모습으로 등장하고, 젠더 경계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습니다.
요컨대 원작 소설의 퀴어 코드와 관련해 원작 영화는 그래도 명확한 편이지만, 리메이크는 제거 또는 모호화되었습니다.
(3) 하칸/토머스의 정체와 역할
- 원작의 하칸은 엘리를 사랑하지만 그녀의 뱀파이어성에 의해 파괴된, 슬프고 복잡한 존재입니다. 일부 해석에서는 과거 오스카와 같은 인물이라는 암시도 있습니다.
- 리메이크의 토머스는 애비의 조력자로 묘사되지만, 정서적으로 오웬과의 대비가 약해, 순환구조(→ 오웬이 토머스가 될 가능성)는 비교적 약하게 느껴잡니다.
원작은 ‘순환의 슬픔’을 강조한다면, 리메이크는 그보다 관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4) 폭력 묘사와 윤리성의 차이
- 원작은 폭력의 정당성이나 윤리를 문제 삼습니다. 엘리의 살인은 생존을 위한 것이며, 관객은 그것을 받아들이면서도 도덕적 불편함을 느끼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 리메이크는 폭력 장면이 더 많고 과감하며, 때론 호러 장르의 쾌감으로 작동합니다. 아이의 복수와 구조가 마치 히어로 서사처럼 소비될 위험도 있습니다.
원작은 불편한 윤리적 질문을 던지지만, 리메이크는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면이 큽니다.
(5) 엔딩의 감정 톤
- 스웨덴 원작은 감정적으로 매우 복합적인 엔딩입니다. 오스카가 선택한 ‘탈사회적 삶’은 구원이자 파멸로 읽힙니다.
- 미국판은 다소 감정적으로 밀도 높은 해피엔딩처럼 보입니다. 기차 안의 마지막 장면도 따뜻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 숨은 공모적 비극성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원작은 애틋하고 슬픈 종결, 리메이크는 좀 더 희망적으로 보이나 모순적 여운이 남습니다.
4) 문화적 맥락: 북유럽 사회비판 vs. 미국적 감정 드라마
- 원작은 1980년대 복지국가 스웨덴 사회의 그림자와 청소년 내면의 폭력성을 사회비판적으로 보여줍니다.
- 리메이크는 종교적 언어, 가정 해체, 80년대 미국의 보수적 가치관과 폭력성 등을 은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웬의 집에서 흘러나오는 로널드 레이건 연설은 시대적 배경과 도덕적 위선의 메시지를 상징합니다.
항목 | 스웨덴 원작(2008) | 미국 리메이크(2010) |
주제의식 | 존재론, 정체성, 타자성, 윤리 | 인간관계, 사랑, 감정, 외로움 |
미학적 접근 | 시적, 절제된, 상징적 | 감각적, 리얼리즘, 스릴러 중심 |
젠더 코드 | 퀴어적, 탈정체적 | 전통적 여성 캐릭터 중심 |
폭력 표현 | 불편함 유도, 윤리적 질문 | 직접적 묘사, 감정적 충돌 |
캐릭터 관계 | 모호하고 복잡한 공모적 관계 | 비교적 명확하고 감정 중심 |
철학적 깊이 | 레비나스, 버틀러, 존재론적 해석 가능 | 심리극과 관계 중심 드라마로 해석됨 |
원작이든 리메이크든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이 영화가 2025년 국립국장 해오름극장에서 7월 3일부터 연극으로 공연된다고 합니다. 연극 장르의 특성상 과연 어떤 장면을 어떤 대사로 압축했을지 너무 궁금합니다. 연극으로 재탄생했을 때 소설도 영화도 아닌 새로운 장르에서 또 다른 분위기와 매력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렛미인' 연극 공연 일정 및 예매방법은 아래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