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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역 근처 카페 로스톤 정의엽 건축가의 작품

by 문화과학자 2024. 1. 20.

 

지하철 2호선은 신림역과 신도림역 구간이 지상으로 달립니다. 대림역이 가까워졌을 때면 멀리 창밖으로 유리로 된 투명 건축물 하나가 보입니다. 얼핏 보면 건물이라기보다 거대 조각품 같기도 하고, 처음에는 색다른 컨셉의 미술관이나 갤러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유리와 돌이라는 뚜렷한 두 가지 재료의 융합이 아무리 봐도 암벽등반과 관련된 시설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1. 대림역 근초 카페 로스톤

꽤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치는 지하철 안에서도 눈에 띌 만큼 이 건축물은 인상적입니다. 항상 궁금증에 휩싸여 있었던 이 건물을 시간이 많이 흘러 대림역 근처 음식점에 갔을 때에야 우연히 검색해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검색어를 무엇으로 입력해야 할지 몰라 '대림역 암벽등반' 이런 식으로 찾아보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암벽등반 시설이라고 하기에는 멀리서 봐도 정말 세련된 건물이었기 때문에, 광고 효과를 위해 일부러 파격적인 시도를 했던 것은 아닐까, 이것은 이 건물을 멀리서만 바라봤을 뿐 어떤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평범한 한 사람의 추측입니다. 하지만 대림역 근처 암벽등반에 대한 부분은 쉽게 검색되는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돌'과 관련성이 높기에, '대림역 돌로 된 건물',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이 건물은 돌을 컨셉으로 작가주의가 가미된 '로스톤'이라는 카페였습니다. 카페 이름을 보더라도 돌이 주제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2. 건축가 정의엽의 작품 로스톤

 

정의엽은 현대적이고 독창적인 건축 작품을 통해 국내외에 알려진 한국 현대건축가 중 한 사람입니다.  그의 작품은 기하학적인 형태와 직선적인 디자인, 강렬한 색상 등으로 유명합니다. 대표작으로는 2016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한 LOUVERWALL(루버월), 2018 대한민국신진건축사대상 수상의 WAVEWALL(여수파동벽), 2023 제주특별자치도 건축문화대상 특선을 수상한 MELTING HOUSE, 2023 한국건축가협회 엄덕문건축상의 METABOX 등이 있습니다.

 

로스톤 내부 모습

 

정의엽 작가는 로스톤이 대중에게 선보인 2023년 6월부터 약 3개월 가량은 이 카페 4층의 로스톤갤러리에서 '날것의 레시피'라는 전시도 열었습니다. 로스톤 내부는 뭐랄까, 상당히 미래적이면서도 이국적인 모습입니다. 각 층마다 붙여진 이름은 글자 그대로 각 공간의 특성을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 언덕을 컨셉으로 한 2층 공간은 바닥 자체가 기울어져 있어 소규모의 세미나나 대중을 상대로 강연하기 좋은 구조입니다. 

 

로스톤 2층 공간

 

위의 사진에서처럼 2층의 의자와 테이블은 강의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로 개별화되어 있지만 바닥에 고정된 상태로 방향만 전환할 수 있습니다. 개인이면서도 함께가 가능한 독특한 공간 구성을 연출하는 2층과 대조되게 3층은 보다 친밀한 대화가 가능한 일반적 카페 분위기입니다. 공간 구조에 따라 보다 개방된 야외 자리도 마련되어 있으며, 벽을 돌아 마주하게 되는 몇몇 구석진 테이블과 의자들은 아늑하게 프라이빗한 대화를 나누기 안성맞춤입니다. 적층식으로 쌓아올린 돌 기둥과 곳곳에 배치된 흙과 식물의 자연적 요소는 심플하면서도 정갈한 이미지를 연출합니다.

 

카페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곳에 이런 건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술작품과 같은 이 건물의 독보적인 존재감은 낮은 건물들 사이에서 이질적이면서도 나름의 어우러짐을 만들어냅니다. 이 건물을 시작으로 주변이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면, 어느새 독특한 분위기의 차별화된 공간이 이곳에 자리잡을 수도 있는 것이겠지요. 물론 카페 로스톤의 공간은 실험적이지만 경제적 관점에서는 높게 평가되기 어려울 듯합니다. 자연적이면서도 현대적이고 공허하면서도 소통적인, 무엇보다도 낯선 장소라는 느낌이 이 공간의 첫인상이었습니다. 여러 번 방문한다면 이 색다름도 언젠가 익숙함으로 변해 있을 테지만 말입니다. 

 

일상을 살면서 맛으로도 느낌으로도 차 한 잔을 새롭게 즐기고 싶은 날이 있는데, 일부러라도 이색적인 공간에 잠깐 들러 오감으로 커피 한 잔을 즐겨 보는 것을 어떨까요. 비록 로스톤을 처음으로 방문한다면 동행한 사람과 차분히 앉아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몇몇 감탄사를 연발하며 눈요기하기 바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자체로도 기쁜 경험 아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