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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탄생한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by 문화과학자 2024. 2. 14.

장 레옹 제롬의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는 조각가와 그의 모델을 테마로 하고 있습니다. 제롬은 신화적인 이야기의 선택, 인물의 이상화, 통제된 방식의 화법으로 고전적이며 학구적인 가르침의 기초 위에 그의 그림을 창작했습니다. 제롬은 문자 그대로, 또 비유적으로 그 여성, 갈라테이아를 받침대 위에 위치시켰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피그말리온은 여인상을 조각한 후 그 조각상이 너무 아름다워 사람에 빠진 조각가입니다. 피그말리온은 사랑의 신 아프로디테에게 기도하여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매끄러운 마무리, 가벼운 에로티시즘은 아카데미 예술의 전형입니다. 

1. 피그말리온 이야기

이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 고전 신화로 오비디우스의 서사시 변신(Metamorphoses)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오비디우스의 대표작인 이 책에는 많은 인물이나 동물들이 나무, 석상 등으로 변신하는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Arachne는 거미로, Daphne는 나무로, Galatea는 석상으로, Atlantis는 섬으로, Caeneus의 재탄생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등장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오늘날 많은 예술 작품의 모티프가 되고 있습니다. 제롬의 작품에도 등장하는 피그말리온(Pygmalion)은 숙련된 조각가이자 키프로스의 왕이었습니다. 그는 실물과 같은 조각상을 만드는 재능으로 유명했는데, 그의 예술적 재능에도 불구하고 미혼이었던 피그말리온은 여성의 결함과 불완전함을 이유로 여성에 대해서는 냉담했습니다. 대신에 그는 자신의 예술에 전념했습니다. 어느 날 조각품을 작업하던 중 피그말리온은 완벽한 여성을 창조하기로 결심하고, 상아를 이용해 절묘한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부여받은 이상적인 여성을 만들어냈습니다. 피그말리온은 그 조각상의 완벽함에 매료되어 그 조각상과 깊은 사랑에 빠집니다.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Venus)의 축제 기간 동안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만든 상아를 닮은 아내를 위해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의 성실함과 헌신에 감동받은 아프로디테는 그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결정하고, 피그말리온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상아 조각상이 살아나 숨 쉬는 여인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피그말리온은 기뻐 감사하며 그 조각상에게 갈라테이아(Galatea)라는 이름을 지어줍니다.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는 깊은 사랑에 빠지고 행복하게 결혼합니다. 자신의 창조물에 대한 피그말리온의 사랑 이야기는 변화를 일으키는 사랑의 힘과 진정한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눈에 달려 있다는 사고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세상의 모든 것은 그것을 인식하는 마음의 표상입니다.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는 결국 마음에 달려 있다는 것인데,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와 맞닿아 있습니다. 피그말리온 주제는 수세기에 걸쳐 다양한 형태의 문학, 연극, 예술에서 회자되며 오늘날에도 계속해서 창의적인 작품에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밸런테인데이인 오늘 순수하고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끔 하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2.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를 주제로 한 예술 작품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이야기는 역사상 수많은 예술 작품에 영감이 되었습니다. 이 그리스 신화를 모티브로 한 다양한 장르의 예술작품 속에는 매혹적인 외모와 우아한 자태를 지닌 칼라테이아가 묘사됩니다.

  •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1890): 프랑스 학술 화가이자 조각가인 장 레옹 제롬(Jean-Léon Gérôme)은 피그말리온이 자신의 창조물인 살아 있는 갈라테이아를 바라보는 조각가의 모습을 그린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 구성은 조각상이 살아나는 변화의 짧은 순간을 포착해 표현했습니다.
  •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1873): 프랑스의 조각가이자 화가인 장 바티스트 카르포(Jean-Baptiste Carpeaux)가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아의 대리석 조각상을 만들었습니다. 이 조각품은 살아있는 갈라테아를 품고 있는 피그말리온을 보여주며, 신화의 감성적이고 감각적인 측면을 강조합니다.
  •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1904): 오귀스트 로댕(François-Auguste-Rene Rodin)은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아 조각으로 특별히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그의 작품은 종종 변형과 인간 형태라는 주제를 탐구합니다. <The Kiss>(1889)는 두 연인 사이의 친밀한 포옹을 묘사한 그의 유명한 조각품 중 하나이며,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아 주제와 느슨하게 관련이 있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 <피그말리온과 성상>(1878): 라파엘전파 형제단에 소속된 영국 화가 에드워드 번 존스(Sir Edward Coley Burne-Jones)는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아의 이야기를 그린 일련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의 그림은 피그말리온의 창조물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아 주제는 로코코와 바로크 시대의 예술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François Boucher 및 Jean-Honoré Fragonard와 같은 화가들은 신화에서 영감을 받은 장면을 묘사했으며 종종 이야기의 감각적이고 낭만적인 측면을 강조했습니다.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를 주제로 한 작품들은  피그말리온이 갈라테이아를 만들고 그녀가 생명을 얻는 순간을 형상화하거나 피그말리온이 조각상인 갈라테이아와 교감하는 장면을 묘사합니다. 그런가 하면 갈라테이아가 인간의 형태를 갖추고 피그말리온에게 사랑을 보여주는 순간을 포착해 그린 작품도 있습니다. 이러한 작품들에는 갈라테이아가 얼음처럼 차갑고 단단한 모습에서 점점 인간적인 형태로 변해가는 과정이 표현되어 있고, 갈라테이아의 아름다움과 피그말리온의 놀라움이 교차합니다. 그러면서 피그말리온의 사랑과 갈라테이아의 생명력이 조각상의 형태에 녹아있는 듯한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한편 갈라테이아와 관련해서는 또 다른 그리스 신화가 있습니다. 이 신화는 아치스와 갈라테아의 이야기로 종종 사랑, 비극, 변화와 연관되어 있으며 역시나 오비디우스의 변신에서 언급됩니다. 네레이드 중 하나인 아름다운 바다 요정 갈라테이아와 잘생긴 양치기 아키스가 주인공인 이 또 다른 신화의 이야기는 키클롭스 폴리페무스가 쫓는 갈라테이아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하지만 갈라테이아는 폴리페모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고 대신에 필멸의 목자 아키스(Acis)와 사랑에 빠집니다. 갈라테아의 거절에 분노한 폴리페모스는 질투심에 사로잡혀 큰 돌을 던져 아키스를 죽입니다. 죽어가는 아키스의 피는 그의 이름을 딴 강으로 변합니다. 신화의 일부 버전에서는 디오니소스(Dionysus) 신이 나 바다의 신 글라우코스(Glaucus)가 아치스를 강으로 변모시키는 일을 돕습니다. 아키스와 갈라테이아의 신화는 종종 사랑의 변화시키는 힘과 뒤따르는 피할 수 없는 비극의 상징으로 여겨집니다. 짝사랑, 질투, 자연 세계와 캐릭터의 감정 사이의 연결이라는 주제를 탐구합니다. 이 신화 역시 회화, 조각, 음악 작곡 등 다양한 예술 작품에 영감을 주어, Nicolas Poussin, Jean-Baptiste Carpeaux, John Dryden, Domenico de Angelis와 같은 예술가들이 다양한 형태의 예술로 묘사했습니다. 아치스와 갈라테이아의 이야기는 오페라와 연극을 포함하여 수세기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재연되고 각색되었는데, 18세기에 조지 프리드리히 헨델이 작곡한 오페라 <아키스와 갈라테이아>가 대표적입니다. 아키스와 갈라테이아의 신화는 사랑의 또 다른 모습인 사랑의 복잡성과 신성함을 이야기합니다.

 

 

3. 피그말리온 효과

자기실현적 예언 또는 로젠탈 효과라고도 알려진 피그말리온 효과는 기대가 높을수록 성과가 높아지는 심리적 현상입니다. 이 용어는 앞에서 살펴본  고대 그리스 신화의 조각가 피그말리온이 자신이 만든 갈라테이아라는 조각상과 사랑에 빠졌고, 그의 뜨거운 사랑과 기대로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었다는 데서 유래합니다.

1) 피그말리온 효과 연구

심리학과 교육의 맥락에서 피그말리온 효과는 1960년대 심리학자 로버트 로젠탈과 교장 레노어 제이콥슨에 의해 처음 연구되었습니다. 그들은 '교실 속의 피그말리온'으로 알려진 영향력 있는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이 연구에서 교사들은 특정 학생들이 IQ 테스트에서 예외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내년에 상당한 지적 성장 가능성을 지닌 '학업 블루머'로 확인되었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학생들이 무작위로 선발되었으며 실제 시험 점수는 동료 학생들보다 높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년 말까지 '블루머'는 다른 급우들에 비해 학업 성취도가 훨씬 더 향상되었습니다.

2) 피그말리온 효과 결과

피그말리온 효과 연구에 따른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교사는 특정 학생이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게 되었을 때 무의식적으로 해당 학생을 다르게 대우하여 지적 발달을 위한 보다 긍정적인 강화, 격려 및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따라서 학생들은 기대에 반응했던 것이고, 이처럼 기대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위의 연구처럼 학생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긍정적인 기대를 내면화하여 동기 부여 및 노력을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학업 성적이 향상되었습니다.
  • 긍정적인 기대와 향상된 성과의 순환은 자기 실현적 예언을 만들어 초기의 믿음과 기대를 강화했습니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피드백 루프를 통해 개인의 행동과 성취에 대한 기대의 강력한 영향을 강조합니다. 이는 교육적 맥락을 넘어 삶의 다양한 측면에서 관찰될 수 있으며 업무 수행, 관계 및 개인 개발에 영향을 미칩니다. 피그말리온 효과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인 기대를 키우고 창조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사람들의 기대나 믿음이 다른 사람의 행동과 능력에 영향을 주어 그들이 기대에 부응하거나 믿음에 따라 성과를 발휘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효과는 기대와 신뢰가 높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부정적인 기대나 믿음은 그에 반대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피그말리온 효과는 다양한 상호작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를 이해하고 활용하면 서로의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는 데 유용할 수 있습니다. 

 

수세기에 걸쳐 많은 예술가들은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이야기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보여주며, 그들의 시대를 초월한 이야기에 독특한 스타일과 관점을 가져왔습니다. 이러한 작품들은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창조력과 사랑의 힘, 미적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담아내며 재창조를 거듭합니다.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동시에 관객들에게 아름다움과 이야기의 감동을 선사하는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이야기는 현재를 사는 조각상과 같아 차가운 우리에게도 잊고 있었던 따뜻한 온기를 전해줍니다. 더불어 이 주제는 예술의 변혁적인 힘에 대한 지속적인 매력과 현실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을 반영하여 다양한 매체와 분야에서 계속해서 탐구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