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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방식으로서 시스템 사고

by 문화과학자 2024. 2. 14.

전통시장뿐 아니라 증권시장도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움직입니다. 실제로 조직과 사회 시스템은 대부분 고유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스템 사고는 더 적은 자원으로도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며, 그 효과는 훨씬 지속적입니다. 왜냐하면 시스템 사고는 자신이 해결하려는 문제를 자신도 모르게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자신의 의도, 생각, 행동을 성찰하고 수정함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가장 영향력을 미치는 지점을 찾기 때문입니다. 지속적으로 배움의 동기를 자극하고 뒷받침하며, 시스템의 전체적인 개선에 중점을 두고, 제한된 자원을 이용해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지속적이며 효력이 높은 방안을 찾아냅니다. 또한 해결 방법의 의도는 좋지만 장기적으로 일으킬 수 있는 부정적 결과를 예견하고 피할 수 있게 도우며, 이해 당사자가 즉각적인 이익이 아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스템 전체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합니다. 때때로 시스템 사고는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에 더 많은 책임을 지고 더 어려운 선택을 내리도록 요구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사고방식 이상이며 행동방식을 넘어 존재하는 방식입니다. 통합적 사고(holistic thinking), 피드백 사고(feedback thinking), 시간적 사고(time-based thinking)는 시스템 사고의 근간을 이루며, 복잡계에서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상당히 유용한 사고 체계입니다. 

1. 문제와 사고

1) 구조적 문제와 형식적(실험실) 사고

구조적 문제는 문제의 진술 속에 문제가 명확히 정의되고 문제와 관련한 모든 요소들이 명확히 지정되어 있습니다. 하나로 귀결될 수 있는 해답이 있고, 최적의 문제 해결 방식이나 기준이 정해 있어 선택의 상황은 거의 없거나 제한적입니다. 문제에 대한 시각이나 해결방식의 차이가 대립되는 경우도 거의 없어 논증 행위는 벌어지지 않습니다.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형식적 사고가 필수적인데, 형식적 사고는 실험실 사고로 긴 절차적 연결 고리를 갖습니다. 수학 명제를 증명할 때처럼 대전제가 명확히 규정되고, 정답을 추론하는 닫힌 과정에서 추론의 정확성을 강조합니다. 형식적 사고에서는 주어진 문제의 해결책을 중시하고, 답에 이르는 규범적 과정에 중점을 둡니다.

2) 비구조적 문제와 비형식적(일상적) 사고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문제들은 대부분 비구조적 문제로 문제의 성격 자체가 모호하게 규정되어 있으며, 문제 해결의 목적도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해결에 이르는 길도 다양하며 단일의 합의된 해결책이 존재하지 않기도 합니다. 다수의 문제 해결책이나 해결 기준을 놓고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종종 최고보다 최선의 선택을 하게 하며, 저마다의 문제 해결방식과 관련해 변증법적 논증 행위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사고는 객관적 대상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이 규정한 세계에 따라 달라지기에, 우리가 삶 속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비록 비합리적 사고의 수준을 넘어서더라도 이성적 논리들이 경쟁하는 것들입니다. 비형식적 사고는 일상적 사고로서 형식적 사고보다 보다 짧은 단계의 논리 구조를 갖고, 전제나 가정 또한 상황에 따라 가변적입니다. 어떤 근거도 활용될 수 있는 열린 과정으로 논증의 설득력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합의에 이르는 사회적 과정이라는 관점에서 문제의 발견과 재개념화를 중시합니다.

2. 시스템 사고의 기능

T형 사고는 수평적 사고와 수직적 사고로 구성되며, 복잡계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안에서 학문과 예술의 다양성을 촉진하면서 자연과 사회를 공동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한 공생체계를 모색하기에 적합한 사고방식입니다. 보통 수평적 사고는 여러 대안을 만들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면, 수직적 사고는 수렴을 통해 선택에 유용합니다. 수직적 사고는 문제해결의 과정과 원리를 논리화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때때로 수직적 사고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수평적 사고로 해결되는 경우가 있는데, 수평적 사고는 새로운 발상을 촉진해 놀라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데 탁월하지만 이렇게 찾아낸 아이디어를 깊이 있게 전개하는 과정에서는 수직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수직적 사고는 논리가 생각에 우선하지만, 수평적 사고에서는 생각이 오히려 논리를 압도합니다. 이러한 수직적 사고와 수평적 사고의 관계에서 시스템 사고는 수평적 사고를 중시하지만 수직적 사고를 아우르는 통합적 사고를 기반으로 합니다. 인간의 사고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 세계의 존재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출발합니다. 따라서 그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존재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내면의 인식과 외부 세계의 존재 사이에 피드백 순환은 점차 확대되는데, 사고의 확장은 그렇게 해서 일어납니다.

1) 시스템 사고

시스템(system)이란 그리스어 'systema'에서 유래된 것으로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관련된 구성요소들이 상호 작용하는 유기적 집합체를 말합니다. 전체로는 통일된 하나이면서 동시에 개별 고유기능을 가지고 공통의 목표를 위해 상호 작용하는 구성요소들의 유기적 집합체를 시스템이라 합니다. 하지만 시스템 사고는 일정한 규칙에 따라 구조화된 사고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스템적 사고가 아닙니다. 시스템적 사고(systematic thinking, 체계적 사고)와 시스템 사고(systems thinking, 사실적 사고)는 다릅니다. 시스템 사고는 시스템인 세계를 그대로 보는 사실적 사고입니다. 반면에 시스템적 사고는 시스템으로 세상을 보는 것으로서 이 사고가 빚는 오류는 관습적 사고의 재현입니다. 관습적인 사고는 문제와 원인 간 관계가 명백하게 추적해 밝혀 낼 수 있다고 가정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단기적인 성공을 위해 계획한 정책은 장기적인 성공도 보장할 것이라고 단순히 예측하며, 전체를 최적화하려면 각 부분을 최적화해야 한다고 부분의 합을 전체로 파악합니다. 하지만 시스템 사고는 관습적인 사고와 확연히 다릅니다. 실질적으로 문제와 원인 간 관계가 직접적이지 않고 명백하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임시방편으로 만들어진 해결책에서는 대부분 의도치 않은 결과가 뒤따르고,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키기도 합니다. 조직화된 몇 가지 핵심적인 변화가 장기간 진행될 때에만 광범위한 시스템 변화가 나타나고, 전체를 최적화하려면 부분들 간의 관계를 개선해야 합니다. 시스템 사고가 사실적 사고인 이유는 이 세상에 시스템이 아닌 것은 없으며, 외부 환경과 상호 작용하지 않는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2) 시스템의 상승효과

시스템은 계층적이고 목표 지향적이며, 피드백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현상은 상승효과(synergy)를 낳는다는 것입니다. 시너지란 system과 energy가 결합한 용어로 시스템 에너지를 말합니다.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구성요소 간 공통의 목표나 지향하는 공유 가치가 있고, 긴밀한 상호 작용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시스템과 컬렉션은 다른데, 컬렉션(collection)은 외형이 시스템과 유사하지만, 시스템과 달리 컬렉션은 상호 작용이 존재하지 않아 시너지를 발생시키지 못합니다. 그래서 컬렉션에서는 구성요소가 추가되거나 삭제되어도 변화가 일어나지 않지만, 시스템의 경우에는 시스템의 성질 및 특성에 큰 변화를 초래하게 됩니다. 

 

3. 시스템 사고의 3요소

1) 통합적 관점

근대 환원주의는 전체를 부분으로 분해 후 다시 조합하면 전체가 완성된다는 세계관에 기초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적 사고만으로는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사례들이 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습니다. 시스템의 중요한 특성인 상승효과는 전체를 전체로 볼 때에만 가능한 명제입니다. 통합적 사고는 전체를 부분으로 쪼개서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그 자체로 파악하는 것입니다.

2) 피드백 관여

시스템의 초기 조건이 같아도 결과가 다른 것은 구성요소들 사이에 존재하는 상호 작용의 결과입니다. 시스템의 복잡성에 의한 피드백 구조는 미세한 변화가 큰 변화를 만들 수도 있고, 구성요소뿐 아니라 통제요소가 시스템의 불확실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때때로 구성요소보다 통제점의 수를 제어하는 것이 피드백 체제에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이유입니다.

3) 시간적 영향 고려

변화는 늘 일어나고 있으며, 세상의 모든 시스템은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그 목표에 수렴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는 대체로 시간이 관여합니다. 시간 위에서의 변화는 단절적으로 일어나지 않고 연속적으로 일어나며, 그 변화율은 가속되는 경우와 점차 완화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자는 양의 피드백 현상이고, 후자는 음의 피드백이 작용할 때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시간 요소가 변화에 개입되면, 때때로 단기적 성과가 중장기적으로 발목을 잡는 역효과로 작용하기도 하고, 변화에 시간 지연 현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 시간 요소의 고려는 필수적입니다.

 

시스템 사고는 시스템 다이내믹스(System Dynamics) 분야의 창시자인 Jay W. Forrester 교수의 저서 《Industrial Dynamics》(1961)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지구촌 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결성된 '로마 클럽(Club of Rome)'의 위탁으로 천연자원의 고갈, 환경오염 등 인류의 위기 문제를 타개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경고 및 조언을 담은 보고서 《성장의 한계(Limits to Growth)》(1972)를 발표하면서 시스템 다이내믹스는 전 세계의 이목을 끌게 됩니다. 이때부터 시스템 다이내믹스는 공학뿐만 아니라 사회과학분야로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1990년 피터 센게의 저서 《The Fitth Discipline》(1990)이 발표되며, 시스템 사고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됩니다. 조직도 시스템이므로 시스템 사고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지론으로 학습조직 개념을 그의 저서를 통해 최초로 제시했습니다. 이후에 2001년 포레스터 교수의 주도 하 미국 전역에서 교사와 시스템 다이내믹스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시스템 사고를 학교 교육에 접목하기 위한 가능성 타진과 방향을 《Essex Report》로 발표합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초중등학생의 창의적 학습에 시스템 사고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언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