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는 《햄릿》에 등장하는 폴로니우스의 대사를 빌어와 판타지(fantasy)를 '진리라는 잉어를 낚아 올리는 허구적인 미끼'로 설명한다. 판타지는 무엇보다도 허구적인 구성물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소망들이 성취되는 장소이자 양식(예술), 이것이 허구인 이유는 판타지 속 사건들이 객관적 사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곧 판타지가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게 만드는 장애물이 아니라 정신분석학적 진리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 조건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무의식적 욕망은 온전하게 재현되거나 기억을 통해 완전히 회복될 수 없다.
1. 판타지 정의
- 사전적 정의: 기이한 세상이나 시대, 초자연적 존재나 형상이 위주가 되는 상상력을 기초로 한 허구,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마음속에서 자유롭게 감각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내적 이미지 세계의 창조)
- 동의어: 환상
- 적용 용례: 판타지는 자유롭게 생각하는 허구의 상상력과 욕망과 관련되며, 현실에서 충족할 수 없는 욕망을 해소할 수 있는 매체에 적용되거나, 욕망의 충족을 꾀하는 마음의 움직임에 사용된다. 음악, 미술 등의 예술양식, 심리적 욕망 충족 등
브리태니커 사전에 의하면 '판타지(fantasy, phantasy)'는 기이한 세상이나 시대, 초자연적 존재나 형상이 위주가 되는 상상력을 기초로 한 허구를 지칭한다. 유령과 같이 실체가 없는 환영이나 관능적 인식에 의한 정신적 과정, 상상력의 기능 등을 일컫는 경우도 있다. 어원적으로 판타지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phantasia, fantastic은 그리스어 phantasein에서 파생된 라틴어 phantasticus에서 나온 것으로 '가시화하다', '착각을 주다', '명백하게 하다',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판타지의 개념에는 '비현실적인 상상력'이란 의미로 상상력과 연관되지만 일반적인 의미의 상상력과는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 코올리지는 상상력을 '현실적인 것의 재창조력'이라고 보았다. 이에 비해 판타지는 '실재의 재현을 넘어서, 작가의 상상에 근간한 텍스트의 내적 질서에 의해 구축된 이념과 세계'이다. 또한 잭슨은 판타지의 가공성을 현실의 여러 원리를 대신하여 이야기의 질서를 잡아주는 하나의 규칙으로 본다. 따라서 판타지는 '내적 질서와 체계'가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상상력과 뚜렷이 구별된다. 판타지는 내적 이미지 세계의 창조라는 원리이며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마음속에서 자유롭게 감각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판타지는 상상보다는 환상으로 번역되고 쓰인다.
일반적으로 판타지에 대한 사용 용례는 다음과 같다. 음악에서 사용되는 판타지는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악상이 떠오르는 대로 자유로이 작곡한 작품이다. 조각에서의 판타지 용례는 켄타우로스나 미노타우로스와 같은 반인반수의 상상의 신이나 신화적 존재를 재현한 조각, 중세시대와 로마네스크 시대 북유럽에서 보이는 상상의 조각들에도 지칭되고 있다. 판타지를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판타지 소설, 포르노, 게임 등이 뜨기도 한다. 심리학 용어로써 쓰일 때 판타지는 현실에 있을 수 없는 일을 떠올려 욕망의 충족을 꾀하는 마음의 움직임을 나타낸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반적인 용례의 판타지는 자유롭게 생각하는 허구의 상상력에 의한 욕망과 관련이 깊다. 판타지는 현실에서 충족할 수 없는 욕망을 해소할 수 있는 매체에 적용되고, 욕망의 충족을 꾀하는 마음의 움직임에 사용된다.
2. 판타지의 특성
가. 현실의 재현
판타지는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가상하거나 현실 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세계를 가시화함으로써 현실세계와는 단절된 독자적인 세계로 탄생되며, 실재와 비실재 사이에서 불확정적으로 위치한다. 그러나 판타지에서 생성된 허구적 세계는 내적 현실성을 가져야 한다. 아르침볼도의 작품 <사계>에서처럼 과일 하나하나가 명백하는 의미를 갖는 것들이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사람의 얼굴로 이해될 때 내적 현실성을 갖는 허구의 개념이 성립된다. 따라서 현실을 이미지화하고 현실을 상징적으로 재현한다. 또한 판타지에 등장하는 다양한 존재나 세계 자체도 인간 내면의 본성과 현실적 삶을 재현한 것이다. 이를 통해 판타지는 성찰을 요구하고 인간 내면의 억압된 세계나 갈등 요인들을 전면화 시키고 이질적인 형식으로 드러내 보인다.
한편 판타지는 새로운 언어, 낯선 인물, 이질적이지만 체계화된 다른 법칙에 의해 지배되는 새로운 세계로 구성되어 있으나, 기존의 신화나 설화에서 모티브를 가져 와 발전시킨 모습이다. 신화 속에는 기본적으로 판타지가 존재한다. 그러나 신화의 세계는 인간의 관심사, 희망, 염원으로 이루어진 그 당시의 현실의 모습일 수 있다. 판타지의 원형이 되는 신화는 당시 현실의 재현이다. 캐스린 흄은 전통사회에서 받아들이는 실재나 사실이 현대사회에서 받아들이는 그것과 다른 점에 주목하면서 전통사회에서는 신화적 진실을 모방한 대상물이나 행위 안에서의 본질을 사실과 실재로 받아들인 점을 지적하고 있다. 뒤러의 <철갑코뿔소>는 무명 화가가 기억에 의해 그렸던 철갑코뿔소 그림을 당대 유명했던 알브레히트 뒤러가 상상과 소문에 의해 다시 그린 그림이다. 이 그림은 18세기 모든 코뿔소 그림의 모델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20세기 초엽까지 초등학교 생물교과서에 실렸었다고 한다. 판타지가 실재를 넘어서 실재와 내적 질서 체계를 갖는 개념으로 이해되는 부분이다.
도스토옙스키에 의하면 판타지는 거의 믿을 수 있을 만큼 실재적이어서 독자들이 해석하는 과정에 있어서 머뭇거리게 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머뭇거림은 토도로프의 망설임이나 모호함과 유사한 맥락이나 판타지의 개념에 있어서 실재적인 현실성을 강조하고 있다. 톨킨은 판타지의 용어를 창조해 냈는데, 그중 '1차 세계'와 '2차 세계'가 있다. 1차 세계는 경험 세계 즉, 현실 세계를 말하며 2차 세계는 비현실적 세계를 뜻한다. 톨킨에 따르면 판타지는 1차 세계와 2차 세계가 존재하는 이야기이고 성공적인 환상이 이루어지려면 2차 세계가 내적 리얼리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판타지의 세계는 현실의 재현을 특성으로 하고 있다. 경이롭고 기괴스러운 현상들이 초자연적이기는 하나 그 나름대로 지극히 합리적인 방법에 의해서 설명되는 세계이다.
나. 은유와 상징
판타지는 실재하는 세계에 대한 동일성 차원의 사고를 현실적으로 부재하는 가상세계에 적용하기를 바란다. 따라서 판타지는 은유나 상징으로 실재를 이미지화하고,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에 대한 동질화를 꾀한다. 은유란 서로 다른 사물들 간의 유상성을 파악하는 능력이다. 판타지의 가상의 세계는 실재하는 세계에 대한 유사성의 만남이며, 은유에 의해 포착되고 탄생된다. 은유가 관습적으로 익숙해지면 이는 상징의 단계로 넘어간다. 그래서 판타지의 세계에는 다양한 괴물이나 변형된 형상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변형된 형상에는 의미가 담긴 목적적인 기능이 부여되며 그 의미는 은유와 상징으로서 표현된다.
예를 들어 후대의 연구자들은 '반지의 제왕' 등에 등장하는 살아서 움직이는 자연물 등이 톨킨의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를 우의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비록 톨킨은 자신의 작품을 은유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캐스린 흄의 지적과 같이 그의 작업을 은유적으로 해석하지 않으면 작품이 지닌 논리성은 가려지고 만다. '반지의 제왕'에서 호빗들이 사는 마음을 친환경적인 생태마을이며, 사우론은 중간계의 평화만이 아니라 중간계의 존재 자체를 파괴시키는 악의 절대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요정의 여왕이 절대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떠나는 반지 원정대원들에게 일일이 나뭇잎으로 된 브로치를 달아주는 것은 생태적 측면에서 상징적이다. 엘프의 의상과 장신구에도 자연물의 이미지가 강하다. 팔 장식, 벨트의 문양, 활집, 화살 끝부분의 장식 등이 모두 식물문양으로 표현되어 있어, 자연을 사랑하는 평화로운 종족이면서 파괴를 의미하는 악마 사우론에 대항하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또한 판타지에서는 색이 지닌 상징성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금색은 금을 재현하는 색으로 부, 권력, 쾌락, 허식, 과시의 상징이다. 따라서 부와 권력의 욕망을 나타내는 물건들은 황금색으로 나온다. 악마는 전형적인 초록 괴물의 초록색이나 모든 색이 혼합되어 탁해진 검은색이며, 파랑은 하늘과 진실을 상징하며 신성의 표상이고 밝은 빨간색은 황제를 의미하기도 한다. 황제를 상징하는 빨간색과 하늘을 상징하는 파란색이 영웅의 옷에 사용되는 예를 들 수 있다.
다. 공포
판타지는 '나'와 '타자'의 주체를 다룬다. 타자는 나의 세상에 속해 있지 않은 바깥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존재이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두려움의 영역에 위치하며 공포를 조장한다. 공포는 인간이 지배하지 못한 불확실한 세계에 대한 불안과 위협을 통해 경험된다. 또한 불안과 공포의 기원은 거부된 타자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하며 타자의 욕망은 나에게 두려움과 공포를 야기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타자가 공포의 원인이 될 때 타자는 이분법에 의해서 평범함에서 벗어나 비정상이 되며, 이때의 기본적인 관점은 타자를 추하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타자의 추함은 괴물성을 지니게 되고 기괴해지고 악이 되어 다시 나에게 공포로 돌아오는 악순환의 과정이 반복된다.
한편 타자는 자신의 내부로부터 온 것일 수도 있다. 공포의 경험은 낯선 세계에 대한 경험만이 아니라, 자기안의 악마성이나 분열된 자아를 통제하지 못하는 불능에서도 비롯된다. 그리고 나와 현실의 확실함이 해체되는 것을 자각하는 시점에서 불안과 공포를 경험하게 된다. 죽은 것도 아니고 살아 있는 것도 아니며, 존재와 무 사이에서 정지된 유령과 같은 나의 존재는 두려움의 원인이 된다. 이러한 공포의 이미지화는 기괴함으로 나타난다. 때때로 기괴함은 현실의 공포를 사실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왜곡함으로써 사실적 공포를 완화시키기도 하며, 반대로 과장하여 크게 확장시키기도 한다.
라. 욕망
욕망은 판타지의 기초로서 나와 타자가 갖는 욕망은 다른 결과를 야기한다. 판타지는 현실적으로는 부재하지만 심리적으로 실재하는 나의 내부의 욕망이 가시화되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욕망이 판타지로 가시화되는 부분은 충족과 도피의 형태로 나타난다. 충족을 나타내는 표현도구로서 유토피아의 판타지가 있다. 판타지는 적극적 현실 대응력을 상실하고 불가능한 꿈에 도피하도록 부추기고, 현실에서 억압된 욕망을 가상세계를 통해 충족시키고, 현실에서 도피가 가능한 가상세계를 제공하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판타지에는 사람들을 꿈꾸게 하는 욕망과 바람이 담겨 있다. 판타지는 권태로부터의 탈출, 놀이, 결핍된 것에 대한 갈망 등을 통해 주어진 것을 변화시키고 실재를 바꾸려는 욕구이며 현실로부터의 일탈이다. 따라서 욕망의 대상은 타자화되며 이국적으로 나타나거나 가상세계에서 현실의 억압된 욕망을 충족시킨다.
반면에 타자가 가진 욕망은 나에게 공포를 비롯한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토도로프는 타자의 범주에서 욕망과 무의식에 의해 산출되는 문제를 다룬다. 토도로프가 주목한 타자의 존재에 해당되는 것들은 소외, 변신, 분신화, 변형들이며, 이러한 것들은 사회적으로 금기에 해당된다. 금기를 거론하는 것은 터부시된 것들에 대한 위반이며, 무의식적 욕망들의 표현들로 간주하고 있다. 또한 섬뜩한 느낌을 주는 기괴한 것들도 문화적 금기의 대상으로서 기괴한 것들은 실재적이고 친근한 것들의 변형으로서 가장자리에 위치하며 전도된 것들이다. 이러한 영역은 프로이트에 의하면, 은폐된 욕망의 영역으로서 무의식의 투사이며, 이때 투사란 주체가 그 자체 속에서 거부하는, 즉 타자에 대한 소망들이다. 나와 타자의 관계는 욕망을 통해 중개되는 위반의 형식으로 가학증, 관능성 등의 무의식적 욕망을 드러낸다. 잭슨에 의하면 판타지를 욕망충족의 전이된 형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프로이트적인 해석에 근간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에 대한 주체적 응답인 무의식적 판타지를 통해 해방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판타지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대상을 모호한 욕망의 대상으로 변형시키는 은밀한 장소이다. 판타지의 욕망은 이 세계를 친숙하고 편한 것이 아닌 다른 어떤 것으로 변형시키면서 이 세계에 부재하는 영역을 지향하게 된다.
마. 해체와 변형
판타지의 주제 영역에서 이중성은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판타지에 등장하는 존재와 인물들은 통일성을 위반한다. '나-주체'는 육체의 경계를 스스로 해체하는 형태로 구현되거나, 비인간적 존재와의 성적 교류와 사랑과 같은 이물교혼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나의 분신은 거울에서 작용하며 거울은 나의 실재와 허구, 양면을 투사한다. 나의 해체는 내, 외형적으로 나타나는데 나의 내부적 해체는 초자아와 충동이 하나로 존재하지 못하고 분열되는 상태이다. 따라서 외적으로는 파편화되고 흩뜨러져 변형되며 해체된 몸들로 내적으로는 모순되고 불명료하여 정체성 통일의 해체된 상태로 나타난다.
판타지는 현실과 가상의 세계가 공존한다. 현실과 외부세계와의 경계가 해체되어 상호교류의 세계를 제시한다. 또한 판타지의 세계는 알고 있던 것이 새롭게 재구성되고 해체된 세계이며 불확실하게 알던 것을 상상에 의해 혼성적으로 뒤섞어놓은 세계이다. 판타지 세계의 해체는 시·공간의 경계, 양자를 다 포함한다. 귀신, 흡혈귀, 유령 등은 현실 바깥의 외부세계의 실존성을 입증하는 존재들로 시· 공간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리고 타자가 출몰하는 영역은 현실과 가상의 세계, 혹은 죽음과 현실의 변경지역이다. 판타지의 세계에서는 현실과 초자연적 경계가 모호하다. 현실세계와 비현실 세계를 연결시켜 주는 통로가 존재하며, 시·공간이 자유로운 다양한 배경이 나타나 시·공간의 해체가 이루어진다.
바. 타자와 반문화
괴물, 요정, 마법사, 악마, 낯선 외계인과 같은 인간의 지배력을 넘어선 존재들은 배제와 공포의 대상으로 타자의 주제를 구성한다. 타자는 나-인간의 경계를 넘어선 존재이나 나-인간과 서로 분리될 수 없고, 서로를 조명하는 대상적 거울이다. 이러한 타자성은 때로는 문화의 이데올로기로 나타나며, 문화를 이데올로기적으로 고려할 때 반문화의 영역에 위치한다. 이처럼 보통은 악의 개념으로 타자화되는 대상들은 차이를 악으로 명명하는 이데올로기적 태도를 함축한다. 타자성은 천사, 악마, 천국, 지옥, 약속된 땅 등 기독교적인 종교적 판타지로 나타나고 요정, 난쟁이, 요정의 나라 등과 같은 이교도적 판타지로 나타나기도 한다. 더불어 타자성은 때로는 개인적이고 무의식적인 내적 욕망으로도 나타나는데, 이성과 합리성에 근간한 인식체계를 전복시키는 개인의 불확실한 체험을 통해 나타나므로 모호하며 개인적 망설임으로 남는다. 토도로프가 판타지를 망설임의 문학으로 정의한 것과 일맥 상통한다.
프로이트가 꿈과 문학에 대해 욕망충족의 이론을 도입한 문화적 전제가 되는 것은 금기와 억압의 코드였다. 사회적 금기들은 현실적으로 억압되었기 때문에 판타지에서는 현실을 위반하는 형식으로 표현되어 왔다. 잭슨은 판타지가 사회질서가 의존하고 있는 통합구조와 의미작용을 해체함으로써 문화적 안정성을 전복하고 침식시킨다고 했다. 판타지의 반문화적 요소는 현실에 대한 정면대결을 회피하는 문학적 기제들, 즉 유령과 같은 가상의 형상물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된다. 판타지가 현실에서 배제된 문화적 가치에 대한 가상의 재질서화를 시도하려 하지만, 실제로는 현실적인 표상영역을 확보할 수 없으므로 가상의 형상물을 통해 반문화적 표현을 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고찰된 판타지의 개념적 특성을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판타지는 욕망을 토대로 이뤄진다. 타자의 욕망은 나, 즉 주체에게 공포를 제공하며, 나의 공포는 타자를 거부하고 타자의 문화를 나의 문화에 위반되는 것으로 간주하여 나로부터 소외시킨다. 욕망의 억압은 공포로 나타나고 반문화적이고 타자적인 요소를 동반한다. 따라서 시대, 세상, 사물 등의 모든 사실적인 요소들이 해체되고 재구성된다. 공포를 유발하거나 느끼는가에 무관하게 주체와 객체 모두는 해체와 변형이 일어난다. 해체와 변형은 전혀 새롭게 이뤄지기도 하지만 이미 알던 것이나 익숙한 것이 재구성되어 일어나기도 한다. 해체와 변형이 이뤄지는 과정은 공포의 순간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판타지는 현실의 재현을 통하여 이뤄지며 그 위치는 보는 사람이 망설일 정도로 사실과 사실이 아닌 지점 사이에 있다. 판타지 구성 맥락에서는 은유가 도입되며 부분적인 내용은 상징으로서 표현된다. 그리고 타자는 반문화적 요소로 재현, 전달된다.
- 욕망: 판타지의 기초로 욕망의 대상은 타자화, 현실의 불만족이나 심리적 욕망이 도피나 유토피아로 나타난다.
- 공포: 거부된 타자와 불확실한 세계에 대한 공포, 현실의 억압, 왜곡된 영역의 그로테스크
- 해체와 변형: 불확실하게 알던 것을 상상에 의해 혼성, 알던 것이 해체되고 재구성
- 현실의 재현: 이미지화
- 은유와 상징: 현실과 가상세계의 동질화
- 타자와 반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