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배적인 관리 시스템
W. 에드워즈 데밍(W. Edwards Deming)은 현재 지배적인 관리 시스템의 문제를 다음과 같이 지적합니다. "본래 사람은 내재적 동기, 자부심, 존엄성, 학습에 대한 호기심과 배움의 기쁨을 타고나지요. 이를 파괴하는 힘은 유년 시절에 시작되어 대학 졸업까지 내내 계속됩니다. 직장에 들어가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직장에서도 개인, 팀, 부서에 점수가 매겨져서 높으면 상이, 낮으면 벌이 따르지요. 목표관리, 할당제, 인센티브, 사업계획 등은 개별적으로도 그렇고 종합적으로도 그렇고, 우리가 알지 못하고 알 수도 없는 훨씬 심각한 피해를 야기합니다."
현대 조직을 지배하고 있는 하나의 공통된 관리 시스템은 학교 교육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배적인 교육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다면, 관리 시스템도 바뀌지 않습니다. 둘은 동일한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직장에서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와 같습니다. 선생님이나 상사는 기쁘게 하지만, 시스템을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개선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데밍 박사 사후 피터 센게와 동료들은 그가 말한 지배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성하는 여덟 가지 요소를 평가 중심 관리, 순종 강조 문화, 성과 관리, 정답 대 오답, 획일성, 예측 가능성과 통제 가능성, 과도한 경쟁과 불신, 전체성의 상실로 요약합니다. 이러한 지배적인 관리 시스템을 변화시키기 위해 데밍은 현재 조직에서 '심오한 지식(profound knowledge)'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2. 심오한 지식의 연장선에서 핵심 학습능력
데밍이 말한 심오한 지식은 피터 센게의 다섯 가지 학습 분야와 상당히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데밍이 말한 시스템 이해는 센게가 주장하는 다섯 가지 규율 중 시스템 사고와 관련되고, 지식 이론은 정신모델과 내재적 동기는 개인 비전과 유사합니다. 그에 따라 센게가 주장하는 다섯 가지 규율은 팀(조직)에게 필요한 핵심 학습능력 개발 수단으로 열망(aspiration, 개인적 숙련, 공유 비전)을 키우고, 성찰적 대화(reflective conversation, 정신모델, 다이얼로그)를 발전시키고, 복잡성(complexity, 시스템 사고)을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3. 조직 학습능력의 필요성 대두
세계화와 산업 발전 덕분에 많은 이의 물질적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있지만, 동시에 사회와 환경의 지속가능성 위기를 포함한 다양한 부작용이 야기된 것도 사실입니다. 금융자본 앞에서 사회자본과 자연자본이 뒷전으로 밀리고 희생되는 경우도 너무나 많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사이의 빈부격차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이제 특정지역 규모를 넘어 지구온난화, 기후불안정 같은 지구 전체에 걸친 광범위한 문제와 결부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술의 발전으로 긴밀히 연결된 세상 덕분에 과거 어느 때보다 서로를 이해하기 좋은 환경 역시 조성되었습니다. 현대만큼 문화 간의 만남이 빈번했던 시대는 일찍이 없었습니다. 시민들 사이의 발전적인 대화 가능성이 열린 것입니다. 끊임없는 소통과 상호의존을 특징으로 하는 세계에서 변화하는 현실에 부단히 적응할 능력을 갖춘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당연히 새로운 사고와 운영방식이 필요합니다. 조직은 점점 네트워크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전통적인 관리계층이 약화되고, 부단히 학습하고 혁신하고 적응하는 새로운 능력을 갖출 잠재적 가능성이 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기존 관리 시스템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조직이 끊임없이 기능장애 해결에 매달리느라 혁신할 시간이나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은 가치 중심 경영 문화의 토대를 약화시킵니다.
4. 학습하는 조직의 전제
- 현재 지배적인 관리 시스템보다 훨씬 만족감과 생산성이 높은 공동작업 방식이 있다.
- 우리가 일하고 생각하고 상호작용하는 방식 덕분에 조직이 지금처럼 돌아가고 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직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도 변화가 필요하다.
- 학습조직 구축에서는 궁극적인 목적지나 최종 상태가 없으며, 평생 지속되는 과정이 있을 뿐이다.
5. 학습조직 구축
세계가 긴밀하게 연결되고, 비즈니스가 역동적으로 복잡해질수록 업무는 학습과 더불어 이루어져야 합니다. 미래에 진정한 경쟁우위를 갖고 앞서나갈 조직은 상하 구분 없이 모든 구성원의 학습능력을 활용하고 헌신을 끌어낼 방법을 찾아내는 조직입니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일을 선택했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일에 내재한 본질적 효용을 추구하는 보다 성스러운 관점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6. 학습조직 혁신에 필요한 다섯 가지 규율
1) 시스템 사고(system thinking)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 날이 흐리고 나뭇잎이 위로 말려 올라가면 곧 비가 올 거라 우리는 예측합니다. 각각의 사건은 시간과 공간 면에서 서로 떨어져 있지만 모두가 동일한 현상 안에서 연결되어 있습니다. 또 각각은 나머지에 영향을 미치는데, 보통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영향입니다. 현상의 개별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보고 생각해야만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실제 여러 인간 활동은 시스템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직물의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자신이 직물의 일부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변화를 보기가 한층 어려워집니다. 오히려 시스템의 개별 부분이 보여주는 단면에만 집중하느라 근본 문제의 해결책을 찾지 못해 당황하기 일쑤입니다. 시스템 사고는 하나의 개념적 틀로서 50년 넘게 발전해 온 일련의 지식과 도구를 이용해 부분이 아닌 전체 유형을 명확하게 보고 효과적으로 바꿀 방법을 찾도록 도와줍니다. 구체적인 수단이나 도구는 새로운 것이지만 기저에 깔린 세계관은 지극히 직관적이어서 이해하기 쉽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2) 개인적 숙련(personal mastery)
영어로 'mastery'는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지배력을 얻는다는 뜻으로, 동시에 특별한 수준의 숙련도를 의미합니다. 개인적 숙련이 높은 수준에 도달한 사람은 항상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결과를 달성하는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실제로 그들은 예술가가 예술작품을 대하는 태도로 자신의 삶을 대하며, 그러한 과정에서 평생학습에 전념합니다. 개인적 숙련은 끊임없이 개인 비전을 명확히 하고 심화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를 집약시키고 인내심을 기르고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는 규율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개인적 숙련은 학습조직의 주춧돌, 정신적 토대입니다. 조직의 학습에 대한 헌신과 학습능력이 구성원들의 그것보다 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학습을 통해 구성원의 성장을 독려하는 조직은 상당히 드뭅니다. 결과적으로 엄청난 양의 인적 자원이 개발되지 않은 채로 남게 됩니다. 또한 개인적 숙련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놀랄 만큼 소수에 불과합니다. 개인적 숙련이라는 분야는 자신이 바라는 삶을 영위하려면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3) 정신모델(mental models)
정신모델이란 세상을 이해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우리 안에 깊이 각인된 가정, 일반화, 심상이나 이미지 등을 말합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정신모델과 그것이 자신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신모델을 다루는 학습은 거울을 내부로 돌리는 데서 시작합니다. 우리가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세상에 대한 이미지를 찾아내고 표면으로 드러내서 철저하게 분석하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질의와 주장이 균형을 이루는 다분히 학습적인 대화를 수행하는 능력도 포함됩니다. 그러한 대화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다른 사람의 견해에도 개방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4) 공유 비전 구축(building shared vision)
구성원이 미래상을 공유하게끔 만드는 능력이 바로 리더십입니다. 진정한 비전이 있으면 사람들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능가하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부지런히 학습합니다. 그러나 조직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는 공유 비전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비전을 가지고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적지 않습니다. 개인 비전을 공유 비전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학습이 필요하고, 단순한 해설서가 아니라 일련의 원칙과 실행지침으로 변화시키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지침이 필요합니다. 공유 비전 규율에서 학습하는 내용에는 순종이 아니라 진정한 혁신과 참여를 끌어낼 공동의 미래상을 찾아내는 기술도 포함됩니다.
5) 팀 학습(team learning)
팀 학습은 다이얼로그(dialogue)에서 시작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다이얼로그는 구성원들이 각자 품고 있는 가정을 유보하고 진심으로 함께 생각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능력입니다. dialogue라는 영어 단어는 dia-logos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리스인에게 이 말은 집단 내에서 구성원들 사이를 자유롭게 흐른다는 의미를 뜻하며, 그로 인해 집단은 개별적으로는 얻기 힘든 통찰을 얻게 됩니다. 다이얼로그 훈련에는 학습 토대를 위태롭게 하는 팀 내 상호작용의 유형을 파악하는 학습도 속합니다. 팀의 작업 방식에 방어적 태도가 깊이 배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인지하지 못하면 학습 토대가 위태로워집니다. 반면에 이를 인지하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표면화시키면 학습에 가속도가 붙을 수도 있습니다. 현대 조직에서는 개인이 아니라 팀이 기본 학습 단위이기 때문에 팀 학습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학습능력이 진정한 시험대에 오르는 장이 바로 팀입니다. 팀이 학습하지 못하면 조직도 학습하지 못합니다.
만약 학습조직이 비행기, 컴퓨터 같은 공학 분야의 혁신이라면 구성요소들은 기술(technologies)이라고 불릴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행동에 대한 혁신을 말하는 경우, 구성요소 역시 그에 걸맞은 규율(disciplines)로 보아야 합니다. 규율은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 반드시 배우고 숙달해야 하는 일련의 이론과 기법의 집합체를 말합니다. '학습하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disciplina'에서 유래한 'discipline'은 특정 기술이나 기능을 얻기 위한 성장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어떤 규율을 실천한다 함은 평생 학습자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 여정에 결코 종착역이란 없으며 규율을 마스터하는 데 노력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