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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사고실험

by 문화과학자 2025.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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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고실험

 

어떤 가상적 상황을 상정하고 이미 잘 알려진 물리학이 사고방식을 체계적으로 진행해 명확한 이론적 결과를 얻는 것이 사고실험이다. 사고실험의 진행 과정에 아무런 논리적 결함이 없는데도 그 결과가 현실의 관찰 결과에 위배된다면 처음 상정했던 가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아서 코난 도일의 다음과 같은 말처럼 "불가능한 것을 모두 제외하고 남은 것은 아무리 그럴듯해 보이지 않아도 진실일 수밖에 없다(When you have eliminated the impossible, whatever remains, however improbable, must be the truth).", 사고실험을 통해 하나씩 가정을 기각해 조금씩 진실에 다가설 수 있고, 이미 확립된 이론에서 출발해 새로운 조건에서 올바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사고실험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먼저 떠오르는 이가 갈릴레오 갈릴레이인데, 물리학자에게 사고실험은 일상이다. 그리고 간혹 사고실험의 결과로 물리학의 이론 체계 자체가 바뀌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뜨거운 물체는 전자기파를 방출하는데, 고전 열역학을 이용해 계산하면 파장이 짧은 영역에서 방출 에너지 밀도가 무한대가 된다. 유한한 온도의 유한한 크기의 물체가 무한대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데, 계산 과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어서 방출되는 전자기파의 에너지가 띄엄띄엄한 꼴로 양자회되어 있다는 가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렇게 양자역학도 사고실험에서 태동한 셈이다. 

 

사고실험에는 실제 실험이 없다. 사고실험은 사고의 한 방법이며, 효율적 추론을 위한 방편으로 실험을 거론할 뿐이다. 사고실험이 빛을 발하는 때는 기본 개념을 명확히 정립할 때나 기존 이론의 논리적 모순을 찾아 새로운 이론을 제시할 때, 혹은 새로운 개념을 도입할 때가 그렇다. 상대성이론은 사고실험의 특성에 부합하는데, 특별히 뚜렷하게 설명해야만 하는 실험 사실이 거의 없었고 아인슈타인은 몇 개의 기본 가설에서 출발하여 연역적으로 이론을 전개했다.  사고실험에서는 실제 실험에서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한계나 주변 환경의 영향을 극복하고 이상적인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할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고실험은 상대성이론의 발단부터 핵심 역할을 했으며, 현실의 한계를 넘어 이상적인 상황의 극한으로 논리를 밀어붙이는 사고실험의 이점은 상대성이론에 필요한 기본 개념을 정립하는 데 최고의 효율을 발휘했다. 

 

2. 아이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

 

1905년은 흔히 아인슈타인의 기적의 해로 불린다. 이때 아인슈타인은 26세였는데, 네 편의 논문을 발표하며 물리학의 근본을 뒤흔들었다. 그중 두 편이 특수상대성이론 논문이다. 두 편 모두에 사고실험이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물질과 에너지의 관계에 대해 상식을 무너뜨리고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의 문을 열어젖혔다. 아인슈타인은 두 가지 가정으로 특수상대성이론을 완성했다. 

 

1) 특수상대성원리: 모든 관성계에서 물리 법칙이 같다.

2) 광속 불변의 원리: 진공에서 빛의 속력이 모든 관성계에서 일정하다.

 

관성계란 관성의 법칙이 성립하는 좌표계인데 실제 힘이 작용하지 않을 때 힘이 작용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의 관점이다. 특수상대성이론은 관성계에서만 성립하는 이론이며 이런 제한을 풀어 더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적용되는 이론이 일반상대성이론이다. 그리고 동시성의 상대성은 동시성이 관찰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1916년 출간된 서적에 나와 있는 사고실험의 예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빛의 속력으로 움직이는 사람도 관성계에 있으므로 정지해 있는 사람과 같은 물리 법칙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빛이 정지해 있는 상황이 가능한 것일까. 이는 특수상대성이론이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기차가 오른쪽으로 움직이며 기차역을 지나고 있다. 이때 기차역에 정지해 있는 사람의 관점에서 A와 B에 동시에 번개가 쳤다고 하자. 번개의 불빛은 즉시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A와 B의 중간지점인 M에는 동시에 도달할 것이다. M은 A, B에서 같은 거리만큼 떨어져 있고 빛의 속력 c는 항상 같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특별할 게 없지만 이 광경이 기차 승객에서 어떻게 보일 것인가가 이 사고실험의 핵심이다.   

 

번개가 칠 때 기차의 M' 지점이 가차역의 M 지점을 지나고 있었다고 해보자. 번개 빛이 퍼져나가는 동안에도 기차는 계속 움직이고 있다. M' 지점에 승객이 있다면 이 승객은 B의 빛을 먼저 보고 A의 빛을 나중에 볼 게 분명하다. 두 빛이 M'으로 오는 동안에도 M'이 계속 오른쪽으로 움직이니까 B의 빛을 먼저 만난다는 뜻이다. 그런데 광속 불변의 원리에 따라 승객의 관점에서도 A의 빛이나 B의 빛이나 모두 같은 속력 c로 움직인다. 따라서 승객의 관점에서는 A의 빛과 B의 빛이 M'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이 같아야 한다. 따라서 기차 안에서 M'에 있는 승객이 B의 빛을 먼저 봤다면 그건 그게 먼저 일어난 일이기 때문일 수밖에 없다. 즉 가치 안 승객의 관점에서는 B의 번개가 먼저 치고 A의 번개가 나중에 친 것이다. 다시 말해, 기차역에 정지해 있는 사람의 관점에서 동시에 일어난 두 사건이 승객의 관점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이런 간단한 사고실험을 통해 아인슈타인은 절대적 동시성은 존재하지 않고 시간의 흐름이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였다. 이 사고실험을 조금 더 깊이 살펴보면 다음 사실을 알아낼 수 있다. 

 

시간 팽창: 움직이는 물체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길이 수축: 움직이는 물체는 그 방향으로 길이가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이로부터 더이상 시간과 공간은 분리된 사실이 아니라 통합된 시공간 관점을 지니게 되었다. 우리는 4차원 시공간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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