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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철학의 빈곤

by 문화과학자 2025.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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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에 대해서나 일반적으로 이론적인 사유에 대해서는 그것이 단지 개념만을 처리할 수밖에 없는 한, 어떤 면에서 관념론적으로 미리 이루어진 결정으로 인해 난점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철학은 단지 개념을 통해서, 개념이 목표로 하는 것들을 다루지만 그것 자체를 소유할 수는 없다. 그래서 철학에 따르게 되는 허위와 책임을 반성하고 이를 통해 가능하다면 그것을 수정하는 일이 철학의 시지프스적인 작업이다. 철학은 결코 그 존재적 기반을 어떤 텍스트 속에 고착시킬 수 없다. 만약 철학이 그 존재적 기반에 대해 논하게 되면 이미 그러한 기반을 그것과 구분짓고자 하는 어떤 다른 것으로 만들어 놓는다. 

 

예술도 마찬가지이다. 피카소와 브라크의 몽타주적 시도가 기존의 질서에 의문을 제기할 무렵, 당시 사회적 계기는 모방을 통해서 마치 예술적 힘을 지니게 됨으로써가 아니라 오히려 예술에 대한 사보타주를 통해 예술 속에 파고듦으로써 미학적인 권한을 얻게 된다. 예술 자체는 스스로가  순수한 내재성을 지닌다고 하는 허위를 깨뜨리게 되며, 경험 세계의 요인들은 그 자체의 연관 관계를 버리고 내재적인 구성의 원칙에 따르게 된다.  예술은 사유나 예술 등의 정신이 관여하여 말하게끔 만들고 싶어하는 타자에 대해 정신이 가하는 폭력을 다소 보상하고 싶어하기에 조잡한 소재들을 눈에 띄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러한 것이 여러 예술들 간의 경계선을 없애거나 혹은 충격적 효과를 수반하는 즉흥적 활동에 이르기까지의 현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반의도적, 비의미적 계기가 지니는 확정 가능한 의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예술과 철학의 빈곤"이라는 개념은 여러 맥락에서 논의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는 예술과 철학이 본래 갖고 있던 깊이, 본질, 사유의 힘을 잃어가는 현상을 지적하는 말로 해석될 수 있지만 이를 몇 가지 주요 관점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예술의 빈곤(The Poverty of Art)

과거 예술은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고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었지만, 현대에는 상업화, 표피적 감각 자극, 개념의 붕괴로 인해 본질을 잃었다는 비판이 많다.

1) 상업주의와 자본주의 예술

  • 현대 예술은 자본주의의 소비 시스템 안에서 상품화됨
  • 예술가의 자율성보다 시장과 트렌드가 작품의 방향을 결정
  • 빠르게 소비되고 잊히는 ‘유행 예술’이 만연
  • 예시: 대중 문화 속 예술이 "소비를 위한 이미지"로 변질 (ex. 팝아트가 소비문화 찬양으로 변질), NFT와 디지털 아트 시장의 투기성 문제

2) 개념의 붕괴와 형식주의의 한계

  • 과거 예술은 철학적·미학적 논쟁을 내포했으나, 현대 예술은 개념의 빈곤 속에서 의미를 잃어감
  • 개념 미술 이후, ‘예술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반복되면서 예술이 스스로를 고갈시킴
  •  "아무거나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지며, 창조성보다는 개념적 선언만 남음.
  • 예시: 마르셀 뒤샹 이후 개념미술의 지나친 확장 (ex. 변기가 예술이 된 이후, 비슷한 도발적 작품이 반복됨), 예술의 탈맥락화 및 미술관 안에 놓이면 "그것이 예술"이 되는 현상

2. 철학의 빈곤(The Poverty of Philosophy)

철학은 세계를 이해하고 의미를 탐구하는 학문이지만, 현대에는 실용성과 효율성의 논리 속에서 점점 주변화되고 있다.

1) 철학의 도구화(학문의 위기)

  • 현대 사회는 과학기술과 경제 논리에 집중하며 철학을 "비실용적인 것"으로 여김
  • 철학이 실천적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학문 내부의 형식적 논쟁에 갇힘
  • 대중 철학이 유행하지만, 깊이 있는 철학적 사유보다는 가벼운 자기계발식 철학이 확산됨
  • 예시: 대학에서 철학 전공 축소 및 인문학 연구 예산 삭감, "철학은 실용성이 없다"는 인식 확산

2) 철학의 역할 상실(비판적 사고의 약화)

  • 현대인은 정보 과잉 속에서 깊이 있는 사유보다 즉각적인 반응(감각적 반응, 감정적 논쟁)에 치우침
  • 철학이 대중에게 다가가기보다 학문 내부의 자기 충족적 논의에 머무름
  • 기술, 과학, 정치가 철학 없이 독자적으로 발전하며, 윤리적 통제력 부족
  • 예시: 철학 없이 발전하는 AI 기술과 생명공학 → 윤리적 문제 발생, 대중 철학 콘텐츠의 피상적 논의 → 인문학의 깊이 상실

3. 예술과 철학의 빈곤이 초래하는 문제

  • 비판적 사고의 약화 → 사회적 담론이 피상적으로 흐름
  • 예술과 철학의 도구화 → 상업적·정치적 목적에 쉽게 이용됨
  • 문화의 피상화 → 감각적 쾌락만 중시하는 대중문화 확산

 

"예술과 철학의 빈곤"은 단순히 예술과 철학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기술 발전, 소비문화, 정보 과잉 사회에서 비롯된 구조적 현상이다. 예술과 철학이 본래의 역할(깊이 있는 사유, 사회적 비판, 인간의 본질 탐구)을 회복하려면, 비판적 사고, 창조적 실험, 새로운 가치 탐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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