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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인 것으로서의 예술

by 문화과학자 2025.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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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작품이 정신을 통해 현상으로 됨으로써 자체를 초월하는 것은 바로 정신 때문이다. 정신을 통해 예술 작품을 규정하는 일은 그것이 맹목적 현상이 아니라 현상으로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규정하는 일과 비슷하다. 예술 작품에서 현상으로서 나타나는 것이 현상과 구분되지는 않지만 이와 동일하지도 않다. 예술 작품의 사실성에 수반되는 비사실적인 것이 작품의 정신이다. 여러 물건들 가운데 한 가지인 예술 작품은 정신을 통해서 물적인 것과는 다른 어떤 것으로 된다. 정신은 예술 작품이 현상으로 나타나도록 영혼을 불어넣는 입김일 뿐만 아니라 작품의 힘이나 내면 또는 객관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예술 작품의 정신은 사물적 요인이나 감각적인 현상을 초월한다. 예술 작품에 있어서의 다른 정신, 특히 철학적으로 주입되어 명목상으로만 표현된 정신이나 사상적 요인은 색채나 음과 마찬가지로 모든 작품 속의 소재일 뿐이다. 또한 자체로서 정신에 의해 매개되지 않은 감각적 요인은 예술적인 것이  못 된다. 

 

예술 작품의 정신은 객관적 혹은 주관적 정신 철학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더라도 객관적이며 작품 자체의 사상 내용이다. 그것은 현상을 통해 나타나는 사물 자체의 정신으로서 작품에 대해 결정을 내린다. 정신의 객관성은 그것이 현상 속에 파고드는 힘을 척도로 한다. 작품의 정신은 현상으로서 나타나는 요인들의 짜임 관계 속에 위치한다. 정신은 현상을 형성하며 현상은 정신을 이룬다. 예술에 있어서의 감각적 요인은 단지 정신화되고 굴절된 상태로만 존재한다. 미적으로 표명되는 정신은 현상과 얽혀 있다. 즉 정신이 현상으로 나타나지 않는 한 정신과 마찬가지로 예술 작품도 존재하지 않는다. 예술의 생명소인 정신은 그 진리 내용과 결합되어 있으나 그와 일치하지는 않는다. 작품의 정신은 허위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진리 내용은 그 실체로서 어떤 현실적인 것을 요구하지만 정신은 결코 직접적으로 현실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신은 점차로 단호하게 예술 작품을 결정하며, 작품에 있어서의 단순한 감각적 요인이나 사실적 요인 모두를 자신의 영역 속에 이끌어들인다. 

 

예술 작품의 정신은 개념이 아니다. 그러나 예술 작품은 정신을 통하여 개념과 공통성을 지니게 된다. 비평은 예술 작품의 짜임 관계들로부터 예술 작품의 정신을 파악해내며, 각각의 계기들을 서로 대조하거나 여기서 현상으로 나타나는 정신과 대조함으로써 미적 짜임 관계의 피안에 위치하는 정신의 진리에 다가선다. 그 때문에 비평은 예술 작품에 필수적이다. 비평은 작품의 정신을 인식하고 이를 작품으로부터 분리한다. 예술에 대해 예술의 정신이 무엇이어야 한다는 것을 제시하는 어떤 예술철학을 통해서가 아니라 비평 행위를 통해 예술은 철학과 합쳐진다. 물론 예술 작품의 정신에서 볼 수 있는 엄격한 내재성은 그에 못지않게 내재적인 반대의 경향, 즉 작품 자체의 구조가 지니는 완결성에서 벗어나 작품 자체에 개입함으로써 현상의 총체성을 허여하지 않으려는 경향과 모순을 이룬다. 작품의 정신은 작품과 동화되지 않으므로 정신은 그 본질 구성의 필수 요인인 객관적 형태를 파괴한다. 작품의 정신은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들과 단일체를 이루지만 또한 그것들에 대한 타자이기도 하다. 그것은 작품의 형태와 분리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정신으로 되는 것은 그 형태를 초월하여 어떤 것을 가리키는 한에 있어서 가능하다.

 

보통 형식 개념은 형식을 어떤 한 차원에 옮겨 놓고 다른 차원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 점에서 여러 모로 한정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음악에서는 동시성이나 다성음이 형식에 별 도움이 안 되는 듯이 형식을 시간적 연속에 국한시키도록 하며, 회화에서는 색채가 지니는 형식 형성의 기능을 무시한 채 공간과 면의 비율이 형식이라고 간주하기도 한다. 그와 달리 미적 형식은 예술 작품 내에서 현상으로서 나타나는 요인들을 일관성 있게 말하게끔 객관적으로 조직하는 것이다. 그것은 산만한 것들을 무리 없이 종합하고 있지만, 그런 것들을 있는 그대로 분열되고 모순을 이루는 상태로 보존한다. 그 때문에 형식은 실제로 진리의 전개이기도 하다. 설정된 단일성이라고도 볼 수 있는 형식은 설정된 것인 한 항상 스스로를 중단시킨다. 따라서 형식에 있어서는 타자를 통하여 자체를 중단하고, 자체의 일관성에 따르지 않는 점이 본질적이다. 즉 예술은 자체의 개별적 존재를 통해 문명을 비판하기도 하지만 그 형식을 통해 문명에 관여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예술은 형식을 통해 정신을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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